BRAIN & STRESS
너무 긴장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유
급성 스트레스가 기억 연결을 방해할 수 있다
시험이나 면접처럼 중요한 순간, 분명 알고 있던 내용인데도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경험이 있다. 최근 연구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기억을 연결하고 추론하는 뇌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요약
갑작스럽고 강한 스트레스는 이미 알고 있는 기억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요한 순간, 왜 알던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시험, 발표, 면접처럼 결과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큰 긴장을 느끼기 쉽다. 충분히 공부했거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실전이 시작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알고 있던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의지가 약하거나 준비가 부족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급성 스트레스가 기억에 기반한 추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이 연구는 2026년 5월 22일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확인하고자 한 것은 스트레스가 단순히 불편한 감정을 만드는지 여부가 아니라, 뇌가 서로 다른 기억을 연결해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흔들 수 있는지였다.

뇌가 기억을 연결하는 과정, ‘기억 통합’
인간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그때그때 따로 저장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가지고 있던 기억이나 지식과 새롭게 경험한 정보를 연결하며,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판단한다. 이러한 과정을 기억 통합(memory integration)이라고 한다.
기억 통합을 쉽게 이해하는 예시
A-B 기억
친구가 파란색
스쿠터를 샀다
B-C 기억
같은 스쿠터가
도서관 앞에 있다
A-C 추론
친구가 도서관에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험이 공통된 단서를 통해 연결될 때, 우리는 직접 보지 않은 사실도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기억 연결 과정에는 기억 형성에 중요한 뇌 영역인 해마(hippocampus)가 관여한다.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연구팀은 남녀 참가자 121명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서로 겹치는 정보를 학습하고, 이후 그 기억을 연결해 새로운 관계를 추론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STEP 01 · 첫째 날
참가자들은 두 개의 이미지가 연결된 A-B 연합 기억을 학습했다.
STEP 02 · 둘째 날 학습 전
일부 참가자들은 심리사회적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절차를 경험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통제 조건에 배정됐다.
STEP 03 · 둘째 날
참가자들은 기존 기억과 일부 정보가 겹치는 B-C 연합 기억을 새롭게 학습했다.
STEP 04 · 추론 평가 및 뇌 영상 관찰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A-C 관계를 추론하는 과정을 평가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해마의 활성 양상을 관찰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참가자들에게 나타난 변화
실험 결과, 급성 스트레스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앞서 배운 A-B 기억과 새롭게 학습한 B-C 기억을 하나의 관련된 정보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그 결과, 두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인 A-C를 추론하는 수행도 약하게 나타났다. 쉽게 말해, 각각의 정보는 접했지만 그것을 연결해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겠구나”라고 활용하는 과정이 방해받은 것이다.
연구에서 관찰된 핵심 변화
· 새로운 학습 중 과거 기억이 다시 활성화되는 정도가 감소했다.
· 해마에서 관련된 기억들이 통합되기보다 별개의 사건처럼 구분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 이러한 변화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 추론 수행 저하와 관련됐다.
즉, 과도한 긴장 상태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관련 정보들을 연결해 사용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이번 연구 결과는 시험이나 면접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배운 지식을 유연하게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게 해석될 수 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떠올리는 것뿐 아니라, 여러 정보를 연결하고 문제에 맞게 적용해야 할 때 과도한 스트레스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결과를 “긴장하면 무조건 시험을 망친다”거나 “스트레스는 모든 기억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연구는 특정 실험 조건에서 유발된 급성 스트레스가 기억 통합과 추론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것이다.
TAKEAWAY
중요한 순간을 준비할 때는
더 많이 외우는 것만큼
과도한 긴장을 조절하는 준비도 중요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급성 스트레스가 해마의 기억 통합 메커니즘을 방해해, 별개의 사건 사이에 연관성을 구축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견은 교육뿐 아니라 법률 및 임상 현장에서 스트레스와 기억을 이해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마무리
“분명 아는 내용인데 생각이 안 난다”는 경험에는
순간적인 스트레스가 기억을 연결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도
일부 관여할 수 있다.
REFERENCE
Schüren KA, Varga NL, Heinbockel H, et al. Stress disrupts hippocampal integration of overlapping events and memory inference in humans.
Science Advances. 2026;12(21). Published May 22, 2026.
논문 원문 확인하기 →※ 이 글은 학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구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스트레스 반응과 수행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